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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주심의 경기 종료 호루라기가 울리자 ‘브라질 골잡이’ 주니오(35·울산 현대)는 얼굴을 감싸 쥐며 눈물을 쏟았다. 이번엔 기쁨의 눈물이었다.
주니오는 19일(한국시간) 카타르 알와크라 알자누브 스타디움에서 끝난 페르세폴리스(이란)와 2020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결승전에 선발 출격해 전반 추가 시간 동점골과 후반 10분 페널티킥(PK) 역전 결승골로 2-1 신승을 이끌었다. 후반 38분 비욘 존슨과 교체돼 벤치에 앉은 그는 두 손을 모으고 기도하는 심정으로 남은 시간을 바라봤다. 마침내 경기가 끝나고 자신의 두 골로 우승이 확정되자 크게 감격해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올해 프로 커리어 최고의 활약을 펼친 주니오는 마냥 웃지 못했다. 주니오는 올해 K리그 최고의 히트상품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코로나19 여파로 K리그 개막이 미뤄지고 무관중 경기가 지속했으나 그는 초반부터 매서운 득점 레이스로 이목을 끌었다. K리그1이 개막한 5월 5골을 넣은 데 이어 6월 4골, 7월 8골로 절정의 화력쇼를 펼친 그는 8~9월에도 각각 4골씩 집어넣으며 ‘골무원’ 수식어가 매겨졌다. 올해 리그 27경기에서 26골을 기록, 경기당 평균 0.96골이라는 어마어마한 수치로 생애 첫 득점왕에 올랐다. 하지만 팀은 지난해에 이어 리그 최종전에서 라이벌 팀 전북 현대에 역전 우승을 허용하며 주저앉았다. 2년 만에 결승에 오른 대한축구협회(FA)컵에서도 주니오는 전북과 홈, 원정을 오가는 1~2차전 승부에서 모두 골을 터뜨리며 활약했지만 정작 우승컵을 품지 못했다. FA컵 준우승 시상식 때 고개를 숙이고 터벅터벅 걸어간 뒤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1986년생 노장 골잡이의 우승 집념은 올해 마지막 대회인 ACL까지 이어졌다. 주니오는 국내 대회 막바지 복근 염증으로 컨디션을 유지하는 데 애를 먹었다. 그 여파로 이번 대회 조별리그에서도 2골에 그쳤는데, 일각에서는 그의 체력 문제를 지적하며 ‘주니오도 이젠 힘을 못 쓴다’는 시선이 팽배했다. 하지만 코치진과 동료 선수들이 국내 대회와 다르게 우승 중압감에서 벗어나 ‘즐기는 축구’로 매 경기 승승장구하면서 똘똘 뭉치자 그 역시 강한 정신력으로 마지막 힘을 냈다. 지난 10일 베이징 궈안(중국)과 8강전에서 멀티골로 2-0 완승을 이끈 주니오는 사흘 뒤 열린 비셀 고베(일본)와 4강전에서는 1-1로 맞선 연장 후반 종료 직전 천금 같은 PK를 얻어냈다. 그리고 직접 키커로 나서 결승포를 작렬했다. 페르세폴리스와 대망의 결승전에서도 멀티골이자 우승골을 해냈다. 0-1로 뒤진 전반 추가 시간 PK 키커로 나선 그는 첫 번째 슛이 상대 골키퍼에게 걸렸으나 리바운드 슛으로 깔끔하게 차 넣어 동점골을 기록했다. 이어 후반 7분 이청용의 오른쪽 크로스 때 상대의 핸드볼 반칙을 끌어냈고, 다시 키커로 나서 오른발 결승골로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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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니오의 투혼은 기어코 울산에 ACL 우승 트로피를 안겼다. 올해 두 번의 준우승으로 고개를 숙인 스스로와 동료 모두 우승 시상대에서 트로피를 번쩍 들어 올리며 그간의 마음고생을 훌훌 털어냈다. 그는 올 시즌 울산과 계약이 끝난다. 내년 새로운 도전을 그리고 있다. 결승전 종료 이후 그가 흘린 눈물은 그래서 더 진심이 느껴졌고, 올 시즌 울산 구성원의 마음을 대변하는 장면으로도 해석됐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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