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은 판매 수수료 받는 '위탁매입'…반품 처리로 재고 부담 없어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은 소비 전반에 충격을 줬지만, 백화점과 면세점에 미친 영향은 달랐습니다. 국내 백화점 '빅3'의 총 영업이익은 지난해 1~9월 약 3300억원(롯데 1502억원, 현대 1180억원, 신세계 597억원)을 기록했습니다. 반면 빅4 면세점은 같은 기간 비슷한 규모의 영업손실(롯데 -846억원, 신세계 -899억원, 현대 -492억원, 호텔신라 -1107억원)을 냈습니다.
똑같은 위기에도 두 유통 채널의 실적 향방이 정반대가 된 이유는 뭘까요? 면세점 매출 대부분(80%)을 차지하는 외국인 고객이 줄어서? 맞는 얘기지만, 이게 전부는 아닙니다.

겉보기엔 비슷한 매장 같지만, 백화점과 면세점의 사업 구조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우선 면세점은 상품 대부분을 직접 사들입니다. 직매입 거래라고 하지요. 납품업체로부터 직접 상품을 사들여 소비자에게 팝니다. 창고·매장에 쌓인 상품, 즉 재고 부담을 면세점 사업자가 직접 집니다. 가령 롯데면세점은 2019년 말 기준 총자산 2조5172억원의 50% 이상이 재고자산(1조3275억원)입니다.
특히 옷·가방 등 면세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패션, 잡화 재고품은 유행에 민감합니다. 창고에 있던 기간 동안, 시장에서 유행이 바뀌면 상품 가치가 떨어질 수 있습니다. 이를 회계 용어로 '진부화'라고 합니다. 말 그대로 진부해졌다는 의미지요. 이런 상품은 명품업체 등과의 계약 조건에 따라 폐기해야 합니다. 이같은 재고품은 면세점이 직접 사들였기 때문에, 이를 폐기하면 손실로 전환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관세청은 지난해 코로나 위기 대응을 위해 면세점이 이들 제품을 폐기하지 않고 국내에 팔거나, 제3자에 반송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덕분에 최악의 상황은 면했습니다. 그러나 영업을 정상화하는 데는 역부족이었다는 게 면세점 업계의 반응입니다.
◇ 위탁매입 비중 큰 백화점…반품 처리로 재고 위험 줄여
반면, 백화점은 주로 위탁 매입 방식으로 상품을 팝니다. 백화점에 입점한 매장이 소비자에 판매한 매출액의 일부를 수수료로 받는 시스템입니다. 수수료율은 대개 매출액의 20~30%입니다. 이때 판매하지 않은 상품은 백화점이 개별 업체에 반품합니다. 면세점처럼 직접 매입해서 판매하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에 재고 부담이 없습니다. 코로나 위기에도 백화점이 흑자 경영을 지속한 이유입니다.
물론 백화점 중에서도 직매입 방식으로 운영하는 매장도 있습니다. 백화점이 차별화한 서비스를 위해 운영하는 '편집숍'이 대표적입니다. 신세계의 명품 특화 매장 '분더샵', 롯데의 해외 유명 브랜드 전문 매장 '탑스' 등이 직매입 방식으로 운영합니다. 다만 백화점의 직매입 비중은 10%에 불과합니다. 백화점업계 관계자는 "빠른 트렌드에 맞춰 브랜드 회전율을 높이는 백화점 입장에선 재고 관리 부담을 피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커머스 업계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습니다. 쿠팡과 이베이코리아입니다. 쿠팡은 면세점처럼 직매입 비중이 높습니다. 초고속 배송 서비스인 '로켓배송'이 가능하려면, 이에 특화한 자동 물류 분배·배송 시스템이 구축돼야 합니다. 온라인 몰에 입점한 개별 업체들은 할 수 없는 서비스이지요. 이 때문에 쿠팡은 상품을 직접 사들여 쿠팡맨에 맡겨 로켓배송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업계에선 코로나 확산으로 비대면 거래가 폭증한 지난해에도 쿠팡은 재고관리비·인건비 등의 증가로 1조원이 넘는 적자를 냈을 것이라고 관측합니다.
반면, G마켓·옥션을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는 백화점처럼 입점 업체 매출액의 일부를 수수료 수익으로 얻습니다. 재고 관리 비용을 줄일 수 있는 구조이지요.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면, 면세점의 재무 구조가 더 나빠질 가능성이 큽니다. 관광객이 감소한 상황에서 재고 관리비, 매장 임대료 등 각종 비용이 늘어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수익이 나지 않는 상황에서 고정비 지출을 위해 빚을 내면, 부채비율이 오를 수 있습니다. 이는 신용도 하락으로 금융비용이 늘어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면세점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인력 구조조정 등을 고심 중입니다. 신세계는 현물 출자 방식으로 백화점 본점의 면세점 공간을 면세점 소유로 바꿔, 임대료 부담을 줄였습니다. 롯데면세점은 대만과 태국·인도네시아 등 해외 사업을 철수하기도 했습니다.
◇ '직매입' 유통채널, 이대로 물러설 것인가
재고 관리 비용이 많이 들긴 하지만, 직매입의 강점도 있습니다. 좋은 상품을 싸게 매입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거둔 매출은 따로 납품업체에 수수료를 떼줄 필요가 없으니 수익성도 좋습니다. 잘 알려지지 않은 브랜드와 상품을 발굴해 백화점만의 색을 입혀 차별화 요소로 삼을 수도 있습니다. 이는 합리적인 가치 소비를 지향하는 밀레니얼 세대(1980년~1997년 출생자)과 Z세대(1997년~2004년 이후 출생자)를 유인하는 요소가 될 것입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인터넷, 모바일의 발달로 소비자들이 고급 브랜드와 상품을 더 많이 알게 되면서 명품 등에 대한 수요가 더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밀레니얼, Z세대들이 선호할만한 새로운 브랜드를 발굴하고 이를 특화 상품으로 개발하는 것이 미래 백화점들의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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