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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요소수 재고보유 소식에 달려갔더니… “비싸고, 무조건 현찰 요구” - 오토트리뷴

- 고속도로 주유소, 현장에서는 대부분 '품절'
- 수소문 끝에 찾은 요소수, 부당한 '현찰' 요구
- 환경부 공개자료, 유용하지만 여전히 '부족'

편집자 주 | 해당 기사는 최근 요소수 부족 사태에 대한 현장 소식을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직접 경험한 내용을 가감 없이 담아냈습니다. 

[오토트리뷴(원주)=양봉수 기자] 유력 매체들은 요소수 수급이 정상화되었다며 정부 주장을 연일 뉴스로 보도하고 있지만, 현장에서의 상황은 너무나도 달랐다. 요소수를 판매하는 주유소를 찾는 자체도 어렵고, 수소문 끝에 찾아낸 주유소마저 바가지에 현찰로만 구입이 가능했다.

취재로 인해 장거리 주행이 많기 때문에 10리터 요소수를 한 번에 여러 개씩 구입하곤 했다. 그런데 10월 중순 이후 요소수가 인터넷 쇼핑몰에서 갑자기 자취를 감췄고, 요소수 부족 사태에 대한 소식도 11월부터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상황에 맞춰 현장 취재를 줄이면서 기존에 남은 1통의 요소수로 11월만 버텨보자는 심정으로 4주를 더 버텼다.

한 달을 버티면 상황이 나아질 줄 알았다. 정부 역시 요소수 공급이 안정적으로 되고 있다는 소식을 지속적으로 알렸기 때문에 정말 그런 줄 알았다. 하지만 현장 상황은 완전히 달랐다.

▲고속도로 주유소는 사실상 대부분 요소수가 없다. (사진=양봉수 기자)
▲고속도로 주유소는 사실상 대부분 요소수가 없다. (사진=양봉수 기자)

우선 오토트리뷴이 위치한 원주권 주유소에서는 공개적으로 요소수를 판매하는 주유소가 없는 상황이다. 고속도로에서도 어느 주유소나 요소수 품절 또는 재고 부족이 크게 붙어 있다.

그래서 대구 출장을 다녀오면서 고속도로 휴게소를 수 없이 들러 보았으나, 요소수 품절 또는 요소수 재고 부족이라는 안내 문구에 허탈함을 감출 수가 없었다.

다음날은 원주에서 2021 서울모빌리티쇼가 개최되는 일산을 다녀왔다. 당연히 가는 길에, 돌아오는 길 모두 주유소를 들러 요소수 재고를 확인했으나 전부 허탕이었다. 심지어 돌아오는 길은 아예 다른 고속도로를 타고 돌아왔는데도 역시나 소용없었다.

그런데 바로 그날 원주에 요소수를 판매하는 곳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그 주유소로 곧장 달려갔다. 혹시나 품절이 될까 걱정하면서 말이다. 이미 보도된 뉴스들에 의하면 일부 주유소는 주유를 안 하면 요소수를 판매하지 않는다고 한다. 불합리하지만, 당장 급하기 때문에 일부러 비워 두었던 연료통에 주유도 가득 요청했다.

▲요소수가 더욱 줄어들자 알람이 RPM 영역을 침범해 막고 있다. (사진=양봉수 기자)
▲요소수가 더욱 줄어들자 알람이 RPM 영역을 침범해 막고 있다. (사진=양봉수 기자)

이어 주유소 직원에게 “요소수 있나요?”라고 물으니, “없다.”라고 잘라 말했다. 다시 사장으로 보이는 이에게 “사장님, 여기 요소수 있다는 얘기 듣고 온 건데, 진짜 없습니까?”라고 재차 묻자, “경고등 들어왔어요?”라고 묻는 것 같더니 오히려 자리를 떴다. 다가온 직원은 “요소수 한 통에 4만 원이에요. 현찰만 됩니다.”라고 안내했다.

당장 4만 원을 주고 넣고 싶었다. 경고등으로 인해 rpm이 보이지 않고, 경고음이 계속해서 울리니 4만 원이 아니라 얼마라도 넣어야 할 거 같았다. 하지만 현금은 2만 원 밖에 없었고, “계좌이체로는 안 됩니까?”라고 물어보니, “집에 가서 4만 원 챙겨오세요”라는 답만 돌아왔다.

평상시에 주유소에서 요소수를 구입해도 카드로 1만 5천 원도 들지 않고, 인터넷으로는 1만 3천 원 내외면 충분히 구입할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대략 3배 정도 비싸진 현금가 4만 원도 저렴한 편에 속한다.

고민 끝에 환경부에서 제공하는 ‘중점 유통 주유소 재고 현황’을 다시 살펴봤다. 하지만 원주 근처의 고속도로 휴게소들은 중점 유통 주유소로 등록되어 있지 않아서 리스트에 포함되지도 않았다. 그나마 평창 휴게소가 가깝지만, 품절이다. 1시간 거리에 위치한 충주(창원방향) 휴게소에 1,350리터가 남아있다고 한다. 리터당 2천 원으로 가격도 타 주유소보다 700원이나 비싸고, 왕복 2시간에 유류비까지 고려하면 바가지여도 현금가에 사는 게 낫다.

▲평상시에도 자주 방문하던 곳이지만, 요소수 판매 관련 문구는 어디에 봐도 없다. (사진=양봉수 기자)
▲평상시에도 자주 방문하던 곳이지만, 요소수 판매 관련 문구는 어디에 봐도 없다. (사진=양봉수 기자)

그런데 마침 ‘중점 유통 주유소 재고 현황’ 하단을 보니, 20분 정도 거리에 위치한 문막 IC 인근 주유소에 무려 4,300리터의 재고가 있다고 한다. 전국에서 가장 많다. 평상시에도 들르는 주유소인데, 재고 소식이 믿기지 않아서 로드뷰를 통해 다시 살펴보니, 요소수 기계도 없고, 요소수 관련 안내 문구도 없다. 4톤의 요소수를 보관할 만한 규모도 아니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5시부터 24시까지 영업이라는데, 이미 24시가 지났다. 과연 요소수를 넣을 수는 있을까?

'요소수, 요소수...' 잠을 잘 수 없었다. 알람이 울린 것도 아닌데, 요소수를 넣기 위해 5시 30분에 깼다. 곧장 옷을 입고, 차에 타자 역시나 요소수 부족 알림이 가장 먼저 반긴다. 20분을 달려 도착한 주유소에는 역시나 요소수에 대한 어떠한 문구도, 기계도 없다. 

하지만 사무실에 사람이 있어 혹시나 하며 물어보니, 주유소 관계자는 "요소수 가격은 33,000원이에요. 넣으시겠어요?"라고 말했다. "비싸다"고 말하자, "이 가격은 우리가 정하는 게 아니고, 공급가가 크게 오른 데다, 정해주는 가격에 판매하는 거예요"라면서 "주유하고 계시면 넣어드릴게요"라고 말했다. 

▲경고등 점등 이후, 사실상 일주일 만에 넣을 수 있었던 요소수 (사진=양봉수 기자)
▲경고등 점등 이후, 사실상 일주일 만에 넣을 수 있었던 요소수 (사진=양봉수 기자)

아직 연료통은 절반 이상 남았지만, 어차피 주유소에 들른 김에 넣자는 생각으로 주유를 하고 있으니, 주유소 관계자는 구석진 창고 안에서 10리터 요소수 한 통을 들고 나왔다. "지금은 고속도로 위주로 유통되고 있지만, 이번 주가 지나면 강원도나 원주에도 요소수 중점 유통 주유소들이 늘어날 겁니다. 이미 어딘가 또 있을 텐데, 아직 환경부나 오피넷에 정보 등록을 안 해서 찾기가 어려운 걸 거예요. 가격도 지금은 비싸서 파는 입장에서도 좀 그렇지만, 곧 내려가지 않을까요."라고 말했다. 

요소수 게이지를 보니, 약간 덜 찬듯해서 "혹시 더 넣을 수 있나요?"라고 물으니, 주유소 관계자는 웃으며 "더 넣어줄 수는 있지만, 재고는 충분하다. 가격도 더 내려갈 가능성이 높은데, 굳이 더 넣겠다고요?"라고 되물으며, 말렸다. 

지난 수요일부터 꺼지지 않았던 요소수 부족 경고등은 월요일 아침이 되어서야 겨우 끌 수 있었고, 이렇게 마음이 편할 수가 없는 아침이었다. 그동안 고생한 시간이나 주행거리를 생각하면 현금 4만 원에 넣는 게 여러모로 이득이었겠지만, 그래도 현장에서 얻은 경험을 그대로 전달할 수 있는 것으로 위안을 삼아야겠다.

29일 현재, 강원도 전체에서 중점 유통 주유소로 등록된 장소는 내린천휴게소과 평창휴게소, 문막IC 주유소 등 세 곳뿐이다. 나머지 고속도로 휴게소에서도 요소수를 판매하긴 하지만, 공급이 특정 요일로 정해져 있거나, 재고 유무를 공개적으로 밝히고 있지는 않고 있는 상황이다. 

bbongs142@autotribune.co.kr

※ 요소수 재고 확인 사이트 : ▲환경부(바로가기) ▲오피넷(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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