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현재 인수위 사무실로 쓰고 있는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서 대통령 임기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이 안보 공백을 이유로 용산 국방부 청사로 대통령 집무실을 이전하는 것에 제동을 걸자 내놓은 답이다. 두 달도 안 남은 기간에 용산 집무실을 밀어붙이는 것도 여러 문제점들이 지적됐었는데 경호 등 문제가 더 많은 통의동 집무실을 고집하다니 이해할 수가 없다. 청와대에서 임기를 시작한 후 집무실을 이전하는 순리를 따르기 바란다.
임시라곤 해도 통의동 인수위 사무실을 대통령 집무실로 쓰는 것은 더 나쁜 대안이다. 공간이 협소해 비서실과 경호처 등 상주 인력이 들어서기에도 빠듯한 데다 방탄유리나 도청 방지 시설이 없는 등 경호와 보안에 취약하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열어도 될 공간이라고 보기 어렵다. 서초동 자택에서부터 출퇴근 시 경호, 교통 통제도 신경 써야 하는데 만에 하나 시위 등으로 대통령 동선이 막힌다면 곤란한 일이다. 유사시 청와대 지하벙커를 사용할지 국방부 지하벙커를 사용할지도 문제다. 어디든 이동 중 위험에 노출될 부담을 안아야 하고 5월 10일 0시부터 청와대를 전면 공개한다면서 벙커만 쓴다는 것도 주먹구구식이다. 더구나 5월 방한할 가능성이 있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어디에서 영접하고 정상회담은 어디에서 하겠다는 것인가.
윤 당선인은 통의동 집무실을 재고해야 한다. 첩첩 쌓인 난제들은 그가 일단 청와대로 들어간다면 모두 해결되는 일이다. 모든 시설이 구비된 청와대에서 대통령 임기를 시작한 후 면밀히 계획을 세우고 예산을 배정해 차근차근 이전하면 된다. 보수 진영도 같은 조언을 하고 있다. 현 정부의 '발목잡기'나 '대선 불복'이라고 비난할 일이 아니라는 뜻이다. “청와대에 한번 들어가면 이전 못 한다”는 그의 말에 납득할 국민은 별로 없다. 논란을 키우지 말고 순리를 따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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