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으로 세계 경제가 침체한 가운데 중국에서 회사 사장까지 재고품 처리에 나서는 '노점상 경제'가 성행하고 있다. 문제는 많은 수가 비슷한 처지이다 보니 매출은 늘지 않고 출혈 경쟁만 극심하다는 점이다.
21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코로나 19 이후 소비가 위축되면서 중국 내에서 공장 대표까지 직접 거리로 나와 물건을 판매하는 이른바 '노점상 경제'가 생겨나고 있다. 코로나 초창기엔 생계가 곤란한 저소득층과 실업자 위주였다면 이제는 번듯한 중소기업도 예외가 아니다. SCMP는 코로나 19가 신발·의류·하드웨어 등 제조 부문 곳곳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도했다.
중국 광둥성에서 10년간 의류공장을 운영해온 황웨이제(44)는 물건이 너무 안 팔려, 지난 4월 잠시 생산을 중단했다. 그에게 남은 건 수만 벌의 의류 재고. 공장을 완전히 닫을 순 없던 그는 올해 말까지 운영을 재개할 정도의 현금 흐름을 만들기 위해 차량에 옷을 싣고 돌아다니며 물건을 팔기 시작했다.
![지난 6월 중국 광저우에서 한 남성이 마스크를 쓰고 물건을 나르고 있다. 중국에서는 중소 제조업체 사장까지 거리로 나서 물건을 파는 노점상 경제가 성행하고 있다. [EPA=연합뉴스]](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007/21/0fb3f8dc-b969-4a62-a359-be8322d7b76e.jpg)
지난 6월 중국 광저우에서 한 남성이 마스크를 쓰고 물건을 나르고 있다. 중국에서는 중소 제조업체 사장까지 거리로 나서 물건을 파는 노점상 경제가 성행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SCMP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수출과 내수 판매 모두 큰 타격을 받자 황 씨와 같은 제조업체들도 생존을 위해 거리로 나선 것"이라고 보도했다.
한 달 매출 68만원인데 임대료가 60만원
![중국 광저우에서는 코로나 19 영향으로 제조업체들이 도산하거나 재고를 떠안고 눈물의 할인경쟁을 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6월 중국 광저우에서 한 남성이 상점가를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고 있다. [EPA=연합뉴스]](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007/21/c9ed037d-232a-47ea-acee-488a9d200ce1.jpg)
중국 광저우에서는 코로나 19 영향으로 제조업체들이 도산하거나 재고를 떠안고 눈물의 할인경쟁을 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6월 중국 광저우에서 한 남성이 상점가를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고 있다. [EPA=연합뉴스]
황은 "한 때는 수출 회복에 기대를 걸었지만, 세계적으로 코로나 감염 사례가 계속 증가하는 것을 보며 그게 꿈이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래서 일단 내수용이라도 팔아야 했다고 마음을 정했다.
지난 5월 황 씨는 광저우에서 가장 번화한 보행자 전용 쇼핑거리에서 물건을 팔려고 했지만 잘 안 됐다. 그는 "5월 2일부터 한 달간 3500위안(약 60만원) 임대료로 작은 가게를 빌렸다"면서 "지난해 여름 같으면 임대료가 한 달에 6000위안 하던 곳"이라고 말했다.
그가 한 달 내내 장사해서 번 돈은 4000위안(68만원)이었다. 임대료를 제하고 나면 한 달 꼬박 일해 8만원을 손에 쥔 셈이다. 그는 "광둥성에 사는 이들의 소비력이 예전보다 훨씬 나빠졌고, 공장 가동이 중단되면서 많은 노동자가 떠났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황은 노점상들끼리 출혈 경쟁이 극심하다고 말했다. 그는 "한 상점이 여름 원피스를 40위안에 팔면 35위안, 30위안, 심지어 20위안에 팔려고 한다"면서 "치열한 가격 전쟁에도 불구하고, (물건이 안 팔려) 모든 이의 매출이 여전히 형편없다"고 덧붙였다.
불야성이던 산업단지, 이제는 한산
광둥성 둥관에서 제조업체협회를 운영하는 량루 회장은 "제조업체들이 문을 닫으면서 긴급하게 재고떨이를 하거나 폐업한다는 소식이 끊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량 회장은 "지난주 양말 400만 켤레 재고가 우리 쪽에 왔고, 이번 주에는 신발 공장들이 1600만 위안(약 27억원)에 달하는 신발 재고를 팔아달라며 들고 왔다"고 말했다.
폐업은 실업자를 양산한다. 이달 15일 광저우에 본사를 둔 한 신발업체가 폐업하며 직원 1200명은 하룻밤에 일자리를 잃었다. 회사 측은 "코로나 대유행과 중·미 무역 전쟁으로 수출에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고 말했다.
![폐업은 중국만의 일은 아니다. 17일 서울 시내 한 건물에 폐업 안내문이 붙어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자영업자가 14만명 가까이 줄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1년 만에 가장 큰 감소 폭이다. [연합뉴스]](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007/21/1328dd91-77d4-419c-92e3-cbbaf10fd956.jpg)
폐업은 중국만의 일은 아니다. 17일 서울 시내 한 건물에 폐업 안내문이 붙어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자영업자가 14만명 가까이 줄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1년 만에 가장 큰 감소 폭이다. [연합뉴스]
주하이 국제대학 인문사회과학부 사이먼 자오 교수는 "당분간은 코로나 영향으로 중국 내수와 해외 수요가 모두 약해질 것이기 때문에 중국 공장들이 계속 문을 닫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자오 교수는 "시장 참여자의 생산능력이 시장 수요와 균형을 이룰 때까지 이런 현상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July 21, 2020 at 08:42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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