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수사관 신규채용 중단 재고해달라”... 추미애 향한 국민청원 등장 -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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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검찰수사관 신규채용을 중단하는 방침을 발표해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이를 비판하며 재고를 요청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등장했다. 이 청원엔 5일 오후 2시 기준 국민 4400여명이 동의했다.

이날 청와대 홈페이지에 따르면 자신을 ‘현 정부를 선거에서 지지했고, 오랫동안 지지해 온 사람’이라고 소개한 청원인은 지난 3일 ‘법무부장관의 검찰수사관 신규채용 중단 발언에 심히 우려를 표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글을 올렸다. 그는 △검찰수사관을 준비하는 청년들의 입장 △검찰수사관 인력 부족 문제 △절차적 정당성 부재 등 3가지 우려를 표했다.

◆“검찰수사관 꿈꾸는 청년들 어쩌냐”

청원인은 우선 “현재 검찰수사관이 되기 위해 꿈을 가지고 젊음을 바치고 있는 청년들의 입장은 어떻게 생각하냐”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올해 들어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 공수처법이 개정돼 수사관 조정을 시도하고 있다”며 “수사권 조정 정책의 당부를 떠나, 법 개정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영장청구권, 공소제기권, 공소유지권, 형집행지휘권을 행사해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가지고 있고 경찰 송치 사건에 대한 2차적 수사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현재도 검찰 수사관이 부족한데 신규채용을 중단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청원인은 추 장관의 발언이 절차적인 정당성을 갖고 있지 않다는 점도 꼬집었다. 그는 “도대체 어떤 근거로 중요 인재채용 계획을 변경하냐”며 “일선 검찰수사관의 과중한 업무량을 고려한다면 최소한 검찰수사관들의 의견이라도 수렴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청원인은 “이명박 정부에서 고등학교 시험과목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해 검찰·세무 공직사회가 상당한 어려움에 처했다”며 “이러한 일방통행식 정책결정 내지 집행을 그대로 배우신 것이냐, 신중한 재고를 요청드린다”고 덧붙였다.

앞서 추 장관은 지난 1일 국회 예산결산위원회에서 “특정 3개년에 걸쳐서 수사관이 많이 선발된 해가 있는데 그분들이 나가게 되면 신규 채용을 하지 않는 방법으로 수사관 수를 줄여나가는 계획을 갖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는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6000여명이 넘는 검찰수사관이 있지만 검찰의 처리 건수는 전체의 2%가량에 불과하다”고 비난한 것에 따른 것이다.

◆점점 더 좁아지는 검찰수사관 등용문

검찰수사관 경쟁률은 매해 늘어나고 있다.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검찰수사관을 뽑는 9급 공채 국가직 검찰직렬 시험 경쟁률은 2017년 49.1:1, 2018년 41.9:1, 지난해 48.1:1를 기록하다 올해 63.1대 1로 폭등했다. 이는 170명을 선발하는 데에 1만726명이 지원한 결과로, 9급 공채 평균 37.2대 1의 2배 가까운 수치다. 검찰수사관 시험을 준비하는 청년들의 취업문이 점점 더 좁아지고 있는 셈이다.

경쟁률이 높아지고 있는 주요 이유는 채용 인원 자체를 줄고 있기 때문이다. 2017년 360명을 채용했던 9급 검찰직은 2018년 295명, 지난해 250명으로 지속적으로 줄다가 올해는 170명으로 내려앉았다. 약 1~2만명의 응시생들은 해마다 검찰수사관이 되기 위해 도전하고 있지만 채용 인원은 청년들의 꿈과는 반대로 점점 감소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추 장관 발언대로 검찰수사관을 아예 뽑지 않게 되면 1만명이 넘는 검찰수사관 공시생들은 졸지에 공시낭인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검찰 내부에선 6000여명이란 검찰수사관 규모도 검찰을 유지하긴 역부족이라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각 검사실마다 200~300건가량의 사건을 수사 중인데, 1~2명의 검찰수사관이 검사를 돕기 위해 매일 격무에 시달린다는 것이다. 한 검찰 관계자는 “인력 조정 문제는 가장 먼저 현장의 소요부터 살펴봐야 한다”며 “검경수사권 조정 등으로 검찰의 일이 오히려 늘어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는데 덜컥 수사관들부터 뽑지 않겠다는 것은 탁상공론일 뿐”이라고 토로했다.

◆검찰 수사관은?

대한민국 검찰에는 직원 1만여명이 근무한다. 그중 검사가 2000여명 검찰수사관이 6000여명, 기타 직군이 2000여명이다. 검찰수사관은 주로 검사실에서 형사사건을 수사하면서 계좌 추적, 압수수색, 피의자 검거 업무 등에 매진한다. 사무국 산하 수사과와 조사과에 소속된 수사관들도 사건 수사 및 조사 업무에 종사한다. 이밖에도 사무국에서 사건 접수, 사건 기록 관리, 벌급 수납 관리, 형 집행 등 각종 행정 업무도 검찰수사관의 몫이다.

법조계 등에 따르면 검찰수사관은 1947년 7월 미국사법제도시찰단의 시찰 보고서의 제안에 따라 탄생했다고 한다. 이 무렵 광주지검 순천지청 차석검사였던 고 박찬길 검사는 무허가 벌채를 하던 민간인을 총으로 쏜 경찰관에게 징역 10년을 구형했다. 당시 권력이 강했던 경찰은 박 검사를 눈엣가시로 여겼다고 한다. 이후 여순반란사건이 터졌는데, 경찰은 박 검사를 여순반란사건의 가담자로 지목해 총살했다. 이때만 해도 검찰수사관 제도가 없었으나, 검찰이 이 사건을 계기로 검찰수사관 제도의 필요성을 느끼고 도입한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사법제도시찰단은 보고서에는 이 사건 등을 토대로 ‘검찰권 행사에는 보조 기관인 경찰이 필요하지만 현재 같은 제도 아래에서는 인사권 등이 없는 관계로 명령계통이 확립되지 않아 검찰권 운영에 지장이 다대하므로 일반 경찰 외의 검찰관 직속의 사법경찰 제도를 신설해야 한다’고 썼다. 법조계 안팎에선 검찰수사관의 탄생 기원처럼 경찰 수사를 송치 받아 다시 확인해야 하는 검사에게 검찰의 명령계통 내에서 검사를 돕는 검찰수사관의 책무가 막중하므로, 신규채용을 아예 중지하겠다는 정책은 충분한 숙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김청윤 기자 pro-verb@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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