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권오경 인하대 경영대 아태물류학부 교수
‘재고(在庫) 비즈니스’가 ‘위드(with) 코로나’ 시대에 뜨고 있다. 재고란 기업이 수요를 예측해 제품을 생산, 판매하기 위해 보유하거나, 수요 예측에서 빗나가 팔지 못해 창고에 쌓아놓은 물건을 뜻한다. ‘이코노미조선’은 후자인 ‘판매 부진으로 발생한 재고’ 개념에 초점을 맞춰, 재고 비즈니스를 기획했다. 그동안 재고 시장은 저품질·비인기 상품을 값싸게 판매하는 곳으로 여겨졌다. 이 때문에 기업은 재고가 생겨도 브랜드 가치를 떨어뜨리지 않기 위해 재고 시장을 외면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변수가 발생했고, 판매 부진을 겪는 기업의 창고에 재고가 급격히 쌓이고 있다. 단순히 생산 후 정가로 판매하는 일반 유통 시장만을 바라본다면 코로나 시대에 지속성장할 수 없다는 것이다. 물론 재고를 만들지 않는 게 최선이다. 기업들은 ‘계획 생산’ ‘재고 제로(0)’ 등을 목표로 하지만,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시장의 변화를 예측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런 틈을 타 재고, 리퍼브(refurbished·반품·전시 제품을 손질한 상품) 등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이들은 가격 경쟁력은 물론 제조사의 브랜드 가치를 최소화하는 유통 방식을 무기로 한다. 나아가 재고에 생명을 불어넣어 새로운 가치를 지닌 상품을 만드는 기업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편집자 주]
재고 시장 정보 비대칭성 사라져
이커머스, 재고 시장 성장 이끌어
국가 간 재고 유통 지원책 필요
![](https://image.chosun.com/sitedata/image/202012/03/2020120302540_0.png)
11월 24일 ‘이코노미조선’이 전화 인터뷰한 권 교수는 "최선의 솔루션은 품질 개선이나 공급망 관리 등을 통해 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면서 "불가피하게 재고가 발생하고 있고, 기업들은 재고 유통 시장을 포함한 다양한 채널을 통해 재고를 판매하는 전략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또 "재고 유통에 특화된 플랫폼이 등장하면서 이들이 시장을 혁신하는 발전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
기업은 재고 관리를 어떻게 하나.
"어떤 기업이든 재고를 최소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특히 대기업은 일찍부터 수요와 공급을 일치시키고 재고를 최소화하는 공급망관리(SCM·Supply Chain Management) 시스템을 구축했다. 또 과거에는 판매 데이터와 노하우를 바탕으로 수요를 예측하고 생산량을 정했다면 지금은 주문이 확정된 후 생산해 재고를 많이 가져가지 않는 전략을 쓰고 있다. 일류 기업 물류 담당자들이 ‘계획 생산하기 때문에 재고가 없다’고 말하는 이유다."
그러나 재고는 발생할 수밖에 없다.
"최신의 공급 관리 기법과 소프트웨어를 활용하면 분명히 재고를 줄일 수 있다. 그러나 재고 문제를 완벽히 해결할 수 없다. 계획을 아무리 치밀하게 세워도 시장의 수요는 끊임없이 변화하고 불확실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재고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구조적인 이유도 있다. 제품 출시 시기가 빠른 산업의 경우 신제품 등장으로 판매 부진이 예견되는 구제품 재고 소진이 문제가 된다."
과거에도 재고는 있었고 시장에 유통됐다. 재고 유통 시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동안 재고는 상품을 가지고 있는 판매 업체와 구매하려는 소비자 간의 정보 비대칭성이 존재했고, 알음알음 구매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또 오프라인 판매가 많았다. 그러나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시장이 성장하면서 정보 비대칭성이 사라지고 소비자는 재고에 대한 보다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됐다. 소비자는 상품을 싸게 구입하고 기업은 재고를 효과적으로 소진하는 일종의 최적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이커머스가 재고 유통 시장 성장을 이끌었다."
재고를 경영 실패 등 부정적인 요인으로 보는 기업이 많다.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 인식과 평가는 상당히 중요한 문제다. 재고 유통 시장에 대해 공개적으로 논의하는 것을 꺼리는 기업은 분명히 있다. 시장 지배력이 있는 기업은 굳이 자사 브랜드 가치를 떨어뜨리는 시장에 진출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팔지 못한 재고가 많은데도 정가에 제품을 판매하는 시장만을 고집한다면 그 기업은 손실을 볼 수밖에 없다. 이제 기업들은 재고 유통 시장을 하나의 채널로 인정하고, 신제품 출시에 따른 구제품이나 시장에서 판매가 부진한 제품을 이 시장을 포함한 다양한 채널을 통해 판매하는 전략을 검토할 때가 됐다."
재고를 전략적으로 잘 활용하는 기업이 있다면.
"스페인 제조·유통 일괄형 의류(SPA) 브랜드 자라는 공급을 제한해 재고를 관리하고 있다. 이른바 의도적 품절 전략이다. 매장에 신상품을 소량으로 배정해 그 상품을 구매하지 못한 고객이 다음에 또 오게 하는 일종의 고객 애태우기 마케팅이다. 이를 통해 자라는 고객의 매장 재방문 빈도를 높일 수 있었다. 패션 의류를 생산하는 기업들은 대개 상품을 기획, 생산하고 이를 유통 채널을 통해 시장으로 밀어내는 방식을 쓰기 때문에 재고가 발생할 확률이 매우 높다. 자라 같이 시장에 상품을 적게 푸는 전략은 독창적이다. 이는 시장 트렌드, 고객의 요구를 반영한 제품 디자인에서 생산, 운송, 판매로 연결되는 자라 특유의 빠르고 유연한 물류 시스템이 뒷받침되기에 가능하다."
재고를 공유하는 ‘스톡셰어’ 서비스도 독특하다.
"이커머스 판매자 간 재고 상품을 공유하는 서비스로 온라인 물류 플랫폼 ‘큐익스프레스’가 선보였다. 온라인 판매자가 물류센터에 보관 중인 재고의 판매 권한을 ‘공유 상태’로 설정하면 다른 판매자가 그 재고를 자유롭게 판매할 수 있다. 공유경제 개념을 이커머스 물류 영역에 적용했다. 이와 같은 새로운 도전과 서비스가 시장에 꾸준히 나와야 한다."
제조·유통 업체가 아닌 분야의 전략적 재고 관리가 있다면.
"호텔, 항공사 등 서비스 업체도 재고를 전략적으로 관리하고 이익을 낸다. 항공기 좌석이나 호텔 객실도 재고로 볼 수 있다. 사전에 예약하는 소비자는 할인 등의 혜택을 누릴 수 있지만 그러지 않은 고객은 이보다 더 많은 돈을 내야 한다. 기업 입장으론 똑같은 재고지만 판매 시기를 달리해 수익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반품은 기업이 제품을 판매한 후 다시 떠안는 재고다. 소비자에게 보내졌다 회수하는 것이라 ‘역물류’라고 하는데, 이를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기업도 많다.
"패션 상품의 경우 소비자들이 오프라인 매장을 방문해서 직접 상품을 살펴보고 구매하는 방식을 선호한다. 미국 온라인 스타일링 업체 ‘스티치 픽스’는 여기에 주목했다. 스티치 픽스는 고객이 입력한 취향 정보와 축적한 데이터, 인공지능(AI) 시스템을 기반으로 고른 5가지 상품을 고객의 집에 보낸 후 고객이 그중 마음에 드는 건 구매하고 나머지는 무료 반품하는 서비스를 하고 있다. 반품, 즉 역물류 시스템이 없다면 불가능한 서비스다. 아마존도 배송된 옷을 직접 입어 보고 살 수 있는 ‘아마존 프라임 옷장’이라는 패션 의류에 특화된 서비스를 선보인 바 있다. 기존 택배 비즈니스 모델이 대부분 판매자로부터 소비자로 상품 배달에 초점을 두고 있다면 향후에는 소비자로부터 판매자로, 반품을 포함하는 양방향 서비스로 발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역물류 시스템을 바탕으로 한 무료 반품 서비스는 장기적으로 기업에 비용 압박 요인으로 작용하거나, 서비스 가격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재고 시장이 성장하면서 제도적 장치도 필요해 보인다.
"국가 간 온라인 재고 유통 시장 활성화를 위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에서는 판매가 부진하지만 해외에선 상당한 매출을 기대할 수 있다면 이를 십분 활용해야 한다. 재고 상품에 대한 소비자 보호 관련 제도적 장치도 정비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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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cember 03, 2020 at 03:00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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