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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욱 중앙대 교수 |
이렇게 주변 아파트가격과 전월세 가격이 오르는데 임대주택은 왜 인기가 없을까. 소작농이 되기 싫어하듯이 국민은 내집을 원하기 때문이다. 6·25전쟁 발발 몇 달 전 소작인들은 농지분배통지서를 받았다. 매년 수확량의 30%를 5년 납부하면 자기농지가 된다. 수확량의 절반을 소작료로 평생 지주에게 내던 소작인들에게는 꿈만 같았다. 그런데 몇 달 후 남침한 북한군이 점령지역에서 농지를 재분배했다. 이번에는 수확량의 25%를 세금으로 매년 납부해야 하고 상속과 매매도 금지돼 다시 소작농이 되는 셈이었다. 결국 북한군은 남한 농민의 마음을 얻지 못했다. 농민이 소작을 싫어하듯이 도시화율 90% 시대에 도시인도 임대주택을 싫어한다. 집이 최대 재산인 중산층에게 아무리 집은 거주수단이라고 설득해도 먹히지 않는다.
최근 독일 베를린에서 혁명에 준하는 일이 발생했다. 3000채 이상 보유한 부동산기업의 주택 24만채를 몰수해 공공임대로 돌리자는 투표에서 주민 56.4%가 찬성했다. 자본주의 국가에서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가. 베를린 시민의 85%가 임대주택에 산다. 과거 동독은 공동주택을 많이 건설했다. 통일 이후 동·서독의 격차해소로 재정이 부족해 리모델링 비용조달이 어렵게 되자 시는 상당수를 민간에 매각했다.
경제침체기에는 문제가 없었다. 베를린 지역의 임대료가 상대적으로 저렴해 하루에 하나꼴로 스타트업이 생겨났다. 베를린은 유럽에서 스타트업이 활동하기 좋은 도시 3위에 올랐다. 경기가 회복하고 대학진학률이 높아지면서 도시인구도 급증해 주택수요가 더욱 많아졌다. 반면 대규모 개발반대로 주택공급은 차질을 빚었다. 또 고가의 대형주택에 치우쳐 1~2인용 소형주택이 크게 부족해졌다. 이렇게 수요는 늘었으나 공급이 따르지 못해 지난 10년간 베를린은 주택 매매가격이 3배로, 임대료가 2배 이상 뛰었다. 그러자 베를린 시당국은 2019년부터 2025년까지 임대료 동결로 대응했다. 그러나 독일 헌법재판소가 헌법 불일치 판결을 내렸다. 이에 임대료 상승의 주범을 대규모 임대기업이라 인식하고 국유화 투표까지 한 것이다. 이 투표의 법적 이행 의무는 없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모른다.
베를린 인구의 15%인 자가보유자만 집값이 급등한 혜택을 받고 임대 위주 주택정책이 자산편중을 심화시켜 독일은 자산격차가 소득격차보다 훨씬 커졌다. 자본주의를 포기하지 않는 한 공공임대주택 공급확대는 자산격차를 더 벌린다. 결국 공공임대주택 확대가 문제의 해결책이 아니라는 교훈을 베를린에서 얻을 수 있다. 우리도 주택공급을 늘려 자가보유를 확대하는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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