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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창] 한-미 동맹을 재고할 때다 / 존 페퍼 -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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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페퍼 미국 외교정책포커스 소장 북한은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다. 또 탈북자들의 대북전단에 맞서 전단지 전면전으로 위협했다. 북한은 탈북자들이 쏘아 올리는 ‘풍선’을 싫어한다. 그러나 북한에 진짜 문제는 그들이 계속 제재를 받고 있고, 한국은 그 상황을 완화시킬 수 없거나 그럴 의지가 없다는 점이다. 한국은 한국대로 압력을 받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한국에 주한미군 주둔에 돈을 더 많이 내라고 강요해왔다. 9억달러에서 50억달러로 인상하라던 미국의 애초 요구는 말도 안 된다. 미국은 또 엄격한 대북 제재를 유지하면서, 한국에 남북 경제협력에 관한 재량권을 주려 하지 않았다. 지정학의 주체가 아닌 객체가 되는 것은 매우 절망적이다. 한국은 주로 미국과 북한 등 다른 나라들이 한국 운신의 조건을 결정하기 때문에 지정학적으로 약한 행위자다. 문재인 대통령은 위대한 조정자를 자처해 레몬을 레몬에이드로 바꾸려고 노력했다. 그는 2018년 세 차례 김정은과 정상회담을 하고 남북관계에 새 숨을 불어넣었다. 임기 초에는 중국과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분쟁을 훌륭하게 해결했다. 그 전략의 대부분이 지금은 폭파된 연락사무소처럼 너덜너덜해졌다. 한국에 있는 어떤 이들은 틀림없이 문 대통령에게 미국에 ‘전략적 인내’를 하라고 조언할 것이다. 11월에 미국 유권자들은 트럼프를 백악관에서 내쫓을 것이고 한국은 더 실용적이고 예측 가능한 조 바이든과 협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바이든의 예측 가능성도 똑같이 절망적인 도전이 될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아마도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을 높지 않은 수준으로 인상하자는 한국의 제안을 받아들일 테지만, 북한에 대해 새 접근법을 내놓진 않을 것이다. 북한이 더 타협적인 협상 태도를 보일 때까지 전쟁은 아니더라도 최대한의 압박을 가하는, ‘스테이터스 쿠오’(현상유지)를 지속할 것이다. 이 드라마 속 수동적 배우로서 한국의 역할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어쩌면 한국이 더 독립성을 주장하고 자기 운명의 주인이 돼야 할 때다. 이는 무엇보다도 미국과의 군사 동맹 재고를 필요로 할 것이다. 군사적 관점에서, 한국은 한반도에 미군 주둔이 필요하지 않다. 주한미군은 대체로 미국의 헌신을 보여주는 구체적 신호로서 상징적 기능을 하고 있다. 한국은 수년간 무기를 수입해 북한에 군사적 우위를 갖고 있고, 언젠가 전시작전통제권을 갖게 될 것이다. 미국은 남북관계 개선에 장애물이 돼왔다. 그리고 한국이 불편해하는 일본과의 파트너십을 강요했다. 또 한국은 미-중 갈등 속으로 빨려 들어가지 않을까 주기적으로 걱정한다. 비용편익으로 보면 한-미 동맹은 전에는 몰라도 더이상 한국의 이익에 맞지 않는다. 반면, 미국은 자신만의 계산을 하고 있다. 트럼프 체제에서 미국은 사실상 모든 군사동맹에 의문을 제기했다. 바이든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일본, 한국 등 군사 동맹들에 더 협조적 태도를 취할 거로 예상된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도전까지 겹쳐, 트럼프식 비용절감 접근법은 더 예절 바른 어휘로 바뀌고 다른 시간표를 따를지언정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한국은 이런 과정을 수동적으로 지켜보지 말고 앞서 나가야 한다. 미국으로부터의 독립을 주장하기 시작해야 한다. 한-미가 ‘특별한’(special) 관계가 아닌 ‘정상적’(normal) 관계가 되는 때를 준비해야 한다. 한국전쟁 70년이다. 분단을 극복하려면 궁극적으로 한-미관계를 바꿔야 한다. 그 관계를 바꾸는 데 한국은 진중하게 주도권을 쥠으로써 지정학 속에서 자격을 제대로 갖춘 행위자가 될 수 있다. 한국은 그동안의 도움에 대해 미국에 감사를 표할 수 있고, 떠나는 미군을 위해 파티를 열 수 있다. 그리고 나서 한국은 통일된 한반도가 중심에 있는 동북아를 다시 상상하기 시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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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e 28, 2020 at 01:31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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